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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보상제도와 숭례문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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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백
2008.02.15 13:23 3,20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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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저녁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600년 세월을 견뎌온 서울의 큰 대문인 숭례문이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속수무책으로 5시간 사이에 불타버렸다. 그것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소방차량은 물론 수백명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였는데도 완전히 소실시킨 현장을 속절없이 지켜봤다. 국보1호 숭례문에 방화를 저질은 방화범은 온당히 법에 의한 준엄한 처벌을 받아야함은 당연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방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현행 보상제도’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기에, 보상의 한풀이를 국가사회전체 또는 불특정시설 등에 대하여 방화를 하게 만들었는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방화 동기에 대해 방화범(소유자)은 "2002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소유자의 가족들은 범행 사실에 놀라면서도, 소유자가 20년 동안 살아온 집이 강제로 철거를 당한 이후 보상문제에 이상할 만큼 강한 집착과 피해의식을 보이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하여 방화의 원인으로 작용한 보상내용을 살펴보자.
재개발사업의 시행자(현대건설)는 영리목적의 재개발을 시행하기 위해서 사업토지를 시가(시장가격)로 취득하였을 것이나,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된 토지에 대해서는 해괴한 개발이익(당해 사업으로 인한 지가상승분) 배제 논리에 의하여 당해 사업으로 인한 지가상승분을 배제한 금액으로 보상토록 강제당하였고(현행 공익사업법도 종전의 토지수용법의 규정과 같다), 소유자가 받은 보상금으로는 인근 지역에서 동등의 대체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의 시장가격이 아닌 ‘당해 사업으로 인한 지가상승분이 배제된 금액’으로 보상(공시지가 기준 보상)이 강제되었던 것이다. 즉, 소유자는 자기 집에서 20년이상 편온하게 주거의 안정을 누려왔다. 특정사업(재개사업)을 시행하는 시행자(현대건설)는 영리목적으로 이 사건 사업을 행하였을 것이고, 아파트진입도로를 개설조건(부관)으로 사업승인을 받았으므로 당연히 소유자의 토지에 대하여도 시장가격으로 토지를 취득하여야 하는데도, 시장가격이 아닌 공시지가 기준 보상을 강제하는 법규정에 의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평생을 지켜온 소유자의 유일한 재산(토지)이 반토막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어느 누가 정신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그후부터 소유자는 사회에 대한 증오심과 피해의식을 본격적으로 나타내었고, 딸에 따르면 "국가가 가진 놈 편만 든다" "왜 현대만 옳고 나는 그르냐"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조선일보 보도). 결코 소유자의 방화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주권국가이고(제1조), 국민이 주권자(주인)임으로 해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제10조), 국민(주인) 간에는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차별받아서는 아니된다(제11조). 그러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도 필요한 토지를 시가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그러나 소유자는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공익사업에 편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 보상이 강제당하고, 이는 소유자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이 된다. 또한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제23조 제1항), 우리나라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도로 존중ㆍ보장하는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질서이므로(제119조 제1항), 공공필요에 의하여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보충의 원칙’에 입각하여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도와 아울러 경제행위에 대한 사적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므로, 공익사업에 편입되었다는 이유로 해서 공시지가 기준 보상이 강제당하여서도 아니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차제에 시장경제를 부정 또는 배제토록 강제하고 있는 공익사업법 등에 대하여 전반적인 손질(개정)을 함으로써, 숭례문 방화범과 같이 불특정시설 등에 대하여 국가사회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방화하지 않도록(제2, 제3의 재발을 방지) 시급히 관련 제도의 개선도 선행되어야 할 것임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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